자폐증을 미리 알 수 있을까?

자폐증을 미리 알 수 있을까?

 

우리의 아이 아이작은 초기 1년 반 동안 여러 면에서 보통 아이들과는 다르게 성장했다.
아이는 우리와 상호작용을 할 때도 우리 눈을 거의 응시하지 않았다.
간지럼을 태우거나 까꿍 놀이를 하면 대부분의 아이가 밝게 웃는데 반해 아이작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시큰둥하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첫해에 아이는 옹알이도 거의 하지 않았다.
아무 의미 없는 행동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옹알이는 언어 능력의 토대다.

첫 돌이 될 때까지 아이작은 주변 물건들을 가리키면서 같이 봐주기를 바라는 그런 행동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만한 나이 때에 보통 아이들은 으레 그러는데도.

아이작은 14개월이 되어서야 기기 시작했는데, 보통 아이들의 발달 과정으로 보자면 두 배의 시간이 걸린 셈이었다.
때로 아이는 반복적으로 몸을 앞뒤로 흔들었는데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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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이 자폐증에 속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자폐증은 일단의 신경발달장애로, 사회적 의사소통과 상호작용 문제는 물론 융통성 없는 행동, 반복적인 행동 등이 특징이다.
정도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자폐증(ASD)을 앓고 있어도 아이에 따라 많이 달라 보일 수 있다.
어떤 아이는 비교적 괜찮은 상태에서 활동하는가 하면, 어떤 아이는 심각한 장애에 시달리기도 한다.

요즘 아이들 110명 중의 한 명이 자폐증으로 분류되는데 여자아이에 비해 남자아이가 자폐증을 앓을 확률이 네 배나 높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ASD 발병은 유전적 요인이 크다.
일란성 쌍둥이 가운데 하나가 자폐증이면 다른 쌍둥이도 자폐증일 확률이 60~90 퍼센트에 이른다.
반면 이란성 쌍둥이 가운데 하나가 자폐증일 경우, 다른 쌍둥이도 자폐증일 확률은 0~10 퍼센트에 불과하다.

ASD 발병에서 유전자가 전적으로는 아니더라도 핵심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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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이 무슨 나쁜 유전이라도 물려받지 않았는지, 아이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나는 온통 불안과 걱정 뿐이었다.
유년 시절 흔히 하는 이런 저런 놀이를 하면서 아이가 농담을 하고 우리와 함께 웃을 수 있을까?
축구나 야구 같은 단체 운동을 할 만큼 사회성이 있을까?
친한 친구는 사귈 수 있을까? 일자리는 얻을 수 있을까?
우리가 죽을 때까지 아이를 보살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외에도 많은 질문들이 나를 괴롭혔다.
아이에게 일어날지 모르는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고, 그중 어느 것도 특별히 좋을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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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친구나 아이작을 진찰하는 소아과 의사들에게 아이의 자폐증이 의심되는 위험 신호가 보인다고 고민을 털어놓으면 하나같이 “기다려봅시다.
아직 너무 어려요.”라고 말하곤 했다.
그때는 그런 말이 달갑지 않았지만 맞는 말이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네 살이 되어서야 최종적으로 자폐증 진단을 받을 수 있으며, 최종 진단이 그보다 늦어지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문제는 네 살이나 다섯 살까지 최종 진단을 기다리다 보면 후속 치료 효과가 상당히 감소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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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나면 그 순간부터 뇌는 유전자와 환경 사이에서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하며 특정한 신경 연결 통로를 만들고, 시간이 흐르면서 차근차근 발달하게 된다.
다시 말해 아이의 삶에서 일어나는 환경의 간섭이 뇌에서 만들어지는 신경 연결 구조를 바꾼다는 것이다.
환경이 뇌를 형성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은 미켈란젤로가 다비드 상과 피에타 상을 조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더구나 어떤 경험이 뇌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 즉 뇌의 가소성(可塑性)이 나이가 들수록 줄어든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므로 “기다려보자”는 말과는 반대로 조금이라도 ‘빨리’ ‘자주’ 개입하는 것이 아이의 발달 과정을 바꾸려는 시도에서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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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적 자폐증 치료에서 초기 개입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증거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초기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어느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자.
“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은 자폐증의 특정 비율이 나타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 아이들의 치료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다.
충분히 초기에 개입함으로써 아이릐 발달 경로를 바꾸어 장애 기준까지 가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장애가 완전히 드러날 때까지 기다린다면 그런 사전 작업이 불가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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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접근법은 생명이 끝나버릴 수 있는 심근경색을 겪기 전에 미리미리 심장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고자 CT 촬영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심장마비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은 없다.
가능한 한 초기 단계에 병을 파악해서 식이요법이나 운동 등을 통해 진전을 막으려 할 것이다.
물론 이런 방법이 모든 사람을 심근경색에서 구하지는 못하는 것처럼, 자폐증 발병을 완전히 막는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지만 분명 해볼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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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소식은 연구자들이 대부분의 아이들이 최종 진단을 받는 네 살 이전에 자폐증을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발달 초기의 신빙성 있는 특징들을 밝혀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나쁜 소식은 자폐증을 예측해주는 ‘베이비 텔'(baby tell) 가운데 어는 것도 생물학적 현상이 아니어서 간단한 혈액 검사나 뇌 촬영 등으로는 어떤 아이가 자폐증에 걸릴 위험이 높은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쉽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생물학적 현상보다는 여러 가지 행동상의 텔, 즉 비언어 신호들을 통해 어떤 아이가 자폐증에 걸리고 어떤 아이가 그렇지 않을지를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이런 신호들은 생후 1년 6개월 이전에 짧게, 하지만 간헐적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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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표는 자폐증(ASD) 진단의 전조가 되는 다양한 증상이다.

사회적 의사소통
(부족/비정상)
놀이 언어와 사고
(부족/비정상/지체)
감각과 운동기능
  • 타인의 눈을 맞추거나 관심 공유하기
  • 긍정적 감정(부정적 감정 표현이 많음)
  • 타인과 함께 웃기
  • 사회적 관심과 즐거움 공유
  • 이름을 부를 경우 부른 사람을 향해 시선 돌리기
  • 물건 가리키기
  • 정서적 참여와 유대감
  • 물건을 가지고 어른의 동작을 모방하는 행동이 갑자기 감소함
  • 물건과 장난감에 대한 과도한 탐구
  • 물건과 장남감을 가지고 반복적인 행동을 함
  • 인지발달
  • 옹알이
  • 언어이해
  • 언어산출
    (특이한 첫마디, 눈에 띄게 반복적인 단어 사용 등)
  • 특이한 목소리
  • 초기 단어들의 망각
  • 시각 고정
  • 비정상적인 사물 관찰
  • (소리 같은) 자극에 대한 과소반응 혹은 과잉반응
  • 활동성 감소
  • 운동 기능 지체
  • 반복적이고 비정상적인 운동 행위
  • 비정상적인 자세

자폐증이 순전히 의사소통장애라고만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데, 사실 ASD는 아이들 삶의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나는 아이작에게서 이런 다양한 현상을 목격했다. 아이작은 웃고 말하기는 물론이고 앉고, 기고 걷는 운동발달 측면에서도 몇 달씩 지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자기 이름을 불러도 반응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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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전문의 들은 나의 우려를 충분히 근거가 있는 위험신호라고 판단했고, 뇌주사(brain scan) 결과 문제를 의심할 수 있는 비정상적인 부분들이 나타났다.
그러나 아이작은 겨우 6개월에서 9개월 사이였기 때문에 의사들은 자폐증이라는 진단을 내리지는 않았다.
아이가 두세 살이 되기 전에는 공식적으로 자폐 진단을 내리기에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는 아이작의 뇌의 신경 연결을 재설계하고 발달 경로를 바꿀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초기에 적극적인 개입을 했다.
그간 여러 연구자들의 작업이 있었기에 아이작의 잠재적 ASD 가능성을 일찍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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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아이작은 자폐 증상을 전혀 보이지 않는 건강한 아이로 성장했다. 우리의 이른 개입이 아이작 뇌의 신경 구조를 바꾸었을까? 만약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면 아이작은 어떤 아이로 성장했을까? 이에 대한 정답은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과학자로서 나는 하나의 사례연구로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내 아들에 대해서 말하자면, 나는 기다리며 지켜보기보다는 가능한 한 개입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확실치는 않아도 그런 개입으로 삶이 바뀔 수도 있으니 말이다.

다른 부모들도 어떤 초기 신호가 자폐증을 예측하는 가를 안다면, 기꺼이 나와 같은 조치들을 취하리라고 생각한다.

출처 : 스냅 SNAP 매튜 헤르텐슈타인 지음 강 혜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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